참을성인가? 바보인가? 굴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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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북의 김정은은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는다. 남쪽의 ‘나랏님’이라도 5년짜리라서 그럴까? 70년을 세습해온 3대 ‘쇼군’ 에겐 남한의 대통령쯤은 그저 그런 별 볼일 없는 적장들 중의 ‘한 놈’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런 징조는 꽤 오래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근간에도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는데, 화학공업발전, 평양시민 생활보장, 당 규약 개정, 조직 인사 문제를 논의했을 뿐 문 대통령이나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신들도 이런 움직임을 간파했는지, 영국의 저명 싱크 탱크인 국가전략문제연구소 I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에게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빼앗겼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김정은은 우리 대통령의 카운터 파트너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바통을 넘긴 것 같다. 말하자면 “갸는 앞으로 니가 알아서 처리하라우…” 뭐.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김정은 본인은 앞으로 트럼프나 시진평 정도만 상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들은 우리 대통령을 향해 걸핏하면 ‘삶은 소대가리, 무지무능, 달 타령, 못 본 척 하는 놈, 부추기는 놈’이란 등 해괴한 욕설을 퍼부어왔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평양 옥류관의 주방장이란 넘까지 명색이 우리 대통령더러 “냉면 처먹을 때는 온갖 요사를 떨더니…” 어쩌구 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싸질렀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기가 차고 정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청와대 참모들, 더불어민주당의 그 나팔수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북한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것도 무서운(?) 3대 전하에 보태서 이제 그 여동생인 김여정 공주한테까지 혼(?)날까 봐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유여하 창피해 죽겠다. 무슨 나라의 군 통수권자가 인격적으로 입에 못 담을 이런 쌍욕를 듣고서도 가만 있는 것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원래부터 그렇게 참을성이 대단한가? 바보인지, 아니면 굴종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사단(事端)은 탈북자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뿌린 대북 심리전 ‘삐라’가 북한 전역에 살포되자, 김여정이 길길이 날뛰면서 시작되었다. 김여정은 북한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 특히 대통령을 겨냥하여 막말 잔치를 쏟아내다가 급기야는 지난주부터는 남한을 적국(敵國)이라 부르면서 모든 통신선을 끊었다고 전한다. 듣기로는 남북 사이에 중요한 통신선은 대략 세 갈래라고 한다. 제일 중요한 첫 번째는 청와대와 노동당사 사이의 핫라인이다. 물론 선을 깔아놓고 딱 한 번 시험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그 뒤로 연결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둘째는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화다. 셋째는 동해·서해 통신선 같은 군(軍)당국 간 통화 채널이다. 이것을 모두 끊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김여정은 또 “대남(對南) 사업을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단다. 대남 사업은 즉 남한과의 사업이다. 이것을 대적(對敵) 사업, 즉 적국과의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남한이 적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확인한 것이다. 하긴 언제는 우리가 그들의 적국이 아니었나? 문재인 정부 들어 ‘평화 놀음’ 하면서 타의에 의해 억지춘향으로 일시 ‘이웃’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들에겐 남한은 항시 잡아먹어야 하는 ‘호구’ 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북한의 김영철과 김여정은 이렇게 말했다.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겠다.”고. 말하자면 무조건 “돈 개오라”는 협박이다. 이는 대남 도발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신호로 봤다. 그 와중에도 국회는 자기들끼리만 잔치를 벌이며 통 반장 다 갈라먹고, 또 뜬금없이 ‘종전선언 권고안’을 발의하겠다면서 북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런데도 김여정은 그 답이라도 하듯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진짜 냅다 폭파해버렸다. 그러자 정부는 그제서야 깜짝, 그나마 17일에야 청와대 윤도한 수석을 통해 “김여정 담화 몰상식, 감내 안 할 것”이라고 짤막한 대북 성명서를 발표했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다고 행여나 북이 입을 다물겠는가?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 사태에 대해, 또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즉, “뭔가 확실하게 김정은의 유고(有故)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북 당국은 그 이후를 위해 후계자로 김여정을 내세우고 그 ‘위상 확립’을 위해 이번 사건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느닷없는 김여정의 발광(發狂)을 분석하면 이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번의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중재자론’ ‘선순환 이론’이 모두 실패로 판명되었다는 증거다. 아니 처음부터 가동된 적도 없었다. 대화와 경협과 평화와 핵 폐기 절차가 선 순환을 이룰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의 꿈은 ‘달 타령’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리만 되었다. 대신 핵개발 협박, 돈 퍼주기, 협상 테이블에 앉는 척하기 같은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했다.

차제에 문대통령은 이제 그 꿈을 제발 접어주시기를 앙청한다. 계속적인 굴종은 더 심하게 아예 ‘항복’을 강요당할지 모른다. 정말 나라 다 넘겨주고 싶은가? 야당의 비대위원장까지 나서서 “북한 욕설 다 들어가며 그냥 지나가선 안 된다”고 따끔하게 충고를 했다. 우리 해외 동포들도 다 같은 심정이다. 어차피 지금은 야릇(?)한 선거에 의해 세상이 뒤집힌 판국이다. 한발 양보해 부득이 하다면 선별적인 사회주의 경제까지는 잠시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념을 떠나서 국가 안보는 양보할 수 없다. 더하여 주변에 들끓는 조국, 윤미향 같은 도둑 넘들까지 만이라도 법대로 엄히 단속해 주시길 다시 한 번 엎드려 빈다. *

손용상 논설위원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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