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질문하다 “주님,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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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소아조로증 홍원기 군의 아버지 홍성원 목사 <1>

시간을 달리는 소년 홍원기 군(14). 원기는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다.
영어로 ‘프로제리아(Progeria) 신드롬’이라고 하는 소아조로증은 인지발달에는 영향이 없지만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되는 병으로, 동맥경화로 고혈압과 협심증, 뇌경색 등의 발병위험이 높고 최대 수명은 20세라고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에는 원기 단 한 명, 전세계적으로 300여명 정도가 앓고 있는 희귀질환이다. 원기 이야기는 2015년 KBS 인간극장 ’우리 집에 어린 왕자가 산다’ 편을 통해 알려졌다.
원기 아버지 홍성원 목사는 장로교(통합) 목회자로 ‘내 새끼손가락 아들’(루아크), ‘아름다운 시절’(도움토)을 썼으며, 현재 ‘아시아 프로제리아 재단’이라는 비영리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홍성원 목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질문 자체가 실례라고 느껴지는데, 자녀가 희귀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심정이 복잡했을 것 같다.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건 원기 나이 다섯 살 때지만, 그 전부터 이상하다고 느껴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다. 애기 피부가 너무 건조하고 거칠어 병원에 갔는데 ‘경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그 병은 피부가 단단해지는 증상이 있고, 나이 든 여성에게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왜 아기가 경피증이 나타났는지 이상하다고 할 뿐, 어떤 병원도 정확한 진단은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원기가 좀 다르다는 걸 느끼는 순간, 모태신앙으로 자랐고 당시 신학대학원 학생이었던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시험인가?’, ‘기도하면 고칠 수 있겠지!’, ‘영적으로 나를 다듬고 단련하시는 걸꺼야!’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회개했다.
원기가 다섯 살 때, 신대원 졸업하고 전임 전도사 2년차였는데, 간호사이신 성도님께서 조심스럽게 원기를 병원에 한 번 데려갔으면 한다고 말씀하셨고, 소아 희귀질환 전문가인 의사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의사선생님은 “원기가 들어오는 순간 직감했고, 소아조로증 환자를 의학 교과서에서만 봤는데 직접 볼 줄은 몰랐다”며 “약은 없는데 평균수명은 이렇고, 노화가 빨리 와서 혈관이나 혈압관련 질환, 당뇨가 있을 수 있으니 필요하면 약을 처방해 주겠다. 검사를 해야 하니 오늘은 입원을 하라”고 말했다.
진단이 내려진 순간, 분노와 실망이라는 감정이 제일 먼저 찾아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내게, 왜 내 아이에게,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지.
평소 고린도전서 13장 12절 말씀을 좋아했다. 거기에 “지금은 희미하나… 그때에는… 온전히 알리라”는 구절이 있는데, 정말 알고 싶었다.
조이 도우슨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예수전도단)이라는 책을 보면, 하나님과 친밀하면 다 알려주시고 심지어 어떤 사람에게는 볼펜 찾아달라는 기도까지 다 응답하시고 찾아주시면서 내게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에게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는 건지. 그날 밤 하나님께 울부짖었다.

◈ 워낙 희귀질환이라 치료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아버지로서 아이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검색 끝에 보스턴에 소아조로증 치료재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원기가 그곳에 가서 검사받기까지 4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전통의학 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방법을 모색했다. 아이가 아픈 많은 가정이 아빠들은 돈을 벌고 아이 치료를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는데, 내가 데리고 부딪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길을 찾아가면서 아들과 정말 애틋해지고 가까워졌다.
원기도 나를 진짜 지켜주고 ‘나를 도와주는 존재가 아빠구나, 언제나 내 뒤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아빠’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4년을 기다려 미국 보스턴에 갔는데, 검사 받고 하는 과정에서 ‘쎄한’ 느낌이 들고, 결정적으로 그 재단에서 준 약이 원기에게 맞지 않았다. 많이 독했는지, 약을 먹기만 하면 토해서 하나님께서 원기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복용 5일만에 약을 중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제리아를 앓고 있는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아는 의사분이 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부작용이 없다며 치료를 권했다.
지방이 일반인에게는 쓸모 없는 듯 하지만 몸을 회복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소아조로증 아이들은 체질적으로 지방이 생기지 않는데 효과가 있을 거라며, 아빠 몸에 있는 지방을 빼서 이식하는 치료를 했다.
◈ 한 사람의 개인으로, 신앙인으로, 목회자로서 이 과정을 겪으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아들의 병과, 이러한 고통이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어 괴로워할 때 해롤드 쿠쉬너의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도서출판 창)라는 책을 읽게 됐다.
쿠쉬너 역시 소아조로증을 앓는 아들을 둔 유대교 랍비였는데, 그 책을 정말 여러 번 정독했다.
나는 신앙이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주고, 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쿠쉬너의 책을 통해 고통의 이유를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왜’보다 ‘어떻게’를 생각하게 됐고,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나의 삶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120센티미터가 넘기를 간절히 바라는 조그만 우리 아들이 184센티미터인 아빠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걷는데, 어느 날 이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 네가 그래도 마음이 따뜻하고 건강한 아빠니까 너에게 맡겨진거야!’ 지금 내게는 고통의 이유를 아는 것보다 아들을 사랑하면서 아들과 함께 살아온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제게 한 가지 기도제목이 있다면 아들이 제 옆에서 오래오래 살게 해주십시오.”

◈ 유튜브를 통해 원기를 알게 됐는데, 요즘 ‘욘니와 치애’ 채널이 제법 인기다.

말 그대로 우리끼리 노는 모습을 찍어서 올려놨었다. 코로나 19 때 유튜브 알고리즘이 인간극장 원기 편을 추천영상으로 올리면서 갑자기 구독자 수가 몇 만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는 전문 유튜버도 아닌데 갑자가 구독자가 늘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원기랑 아빠가 노는 모습, 원기가 굽은 손가락으로 피아노 잘 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노래 부르고, 병원도 가고 하는 모습을 담아 올리고 있다.

홍 목사는 누구보다 깊은 고난의 터널을 지나왔기에 그의 고백은 더욱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원기가 앓고 있는 병이 희귀하고 치료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들의 삶은 즐겁고 따뜻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이야기가 많아 다음주에 한 번 더 원기네를 소개하려고 한다. DFW 한인들이 원기를 응원해주고 싶다면 유튜브 ‘욘니와 치애’ 채널을 구독하고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면 된다.
김지혜 기자 © KTN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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